장마가 시작되면 저희 집 베란다는 빨래 건조장이 됩니다. 문제는 냄새죠. 분명 세제도 넣고 잘 헹궜는데, 마르고 나면 수건에서 쉰내가 올라옵니다. 작년 장마 내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올해는 세 가지만 남겼습니다.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1. 냄새의 범인은 ‘젖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세제 문제인 줄 알고 향 좋은 세제로 바꿔봤는데, 향으로 덮일 뿐 쉰내는 그대로였습니다. 알고 보니 핵심은 빨래가 젖은 상태로 머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탁이 끝난 뒤 세탁기 안에 30분만 방치해도 냄새가 배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세탁 종료 알림이 울리면 무조건 바로 꺼냅니다. 이것 하나만 지켜도 체감이 확 다릅니다. 외출 등으로 바로 못 꺼낼 상황이면 아예 예약세탁으로 귀가 시간에 맞춥니다.

2. 과탄산소다 담금 — 수건은 이걸로 리셋됩니다
이미 쉰내가 밴 수건은 일반 세탁으로는 잘 안 돌아옵니다. 저는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고 과탄산소다를 한두 스푼 풀어 수건을 30분~1시간 담가둔 뒤 세탁기에 돌립니다. 처음 해봤을 때 물 색을 보고 놀랐습니다. 눈에 안 보이던 찌든 때가 그만큼 있었다는 뜻이겠죠.
주의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뜨거운 물에서 거품이 올라오니 넉넉한 용기를 쓰시고, 울·실크 같은 섬세한 옷감에는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수건과 면 티셔츠에만 씁니다.
3. 건조 환경 — 선풍기 하나로 반나절이 줄었습니다
장마철 실내 건조의 적은 습도입니다. 제습기가 있다면 제일 좋지만, 없어도 방법은 있습니다. 저는 빨래 건조대 아래쪽에서 선풍기를 회전 모드로 틀어둡니다. 바람이 계속 지나가기만 해도 마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고, 냄새는 ‘덜 마른 시간’에 비례해서 생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냄새도 줄었습니다.

널 때는 옷 사이 간격을 주먹 하나만큼 띄우고, 수건은 반으로 접지 않고 한 겹으로 넙니다. 두께가 반이 되면 마르는 속도는 배가 됩니다.
덤: 세탁기 자체도 한 달에 한 번
빨래에서 냄새가 계속 난다면 세탁기 통 세척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통세척 코스를 돌리고, 세탁이 끝나면 문을 열어 통을 말립니다. 고무 패킹 안쪽도 마른 행주로 한 번씩 닦아주는데, 처음 닦았을 때 나온 것들을 보면 지금까지 뭘 입고 다닌 건가 싶어집니다.
정리
① 끝나면 바로 꺼내기 ② 냄새 밴 수건은 과탄산소다 담금 ③ 선풍기+간격 널기. 이 세 가지가 작년 장마를 겪으며 남은 저의 최종 루틴입니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되는 것들이라, 올여름 빨래 냄새로 고생 중이시라면 오늘 세탁부터 순서대로 해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