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입니다. 지역 카페에서 우연히 옆자리 대화를 들었어요. “이번에 부시장 공모 뜬대.” 저는 속으로 갸웃했습니다. 부시장이 공모로 뽑히는 자리였나?
그날 밤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반쯤 맞고 반쯤 틀렸다는 걸 알았어요. 부시장·부군수 같은 부단체장 자리는 원칙적으로 공개채용 시험으로 뽑는 직위가 아니고, 지방자치법에 따라 단체장이 임명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직위를 ‘개방형 직위’나 ‘공모 직위’로 지정해두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부터는 외부인도 원서를 낼 수 있고, 공고문에 심사 배점표가 붙습니다.
저는 그 뒤로 지자체 인사 공고를 습관처럼 훑어보게 됐습니다. 정부지원·복지 글을 오래 쓰다 보니 공고문 읽는 눈이 좀 생겼거든요. 그런데 부시장급 공고는 결이 좀 달랐어요.

핵심만 먼저
부단체장(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은 통상 단체장 임명직이라 개인이 응모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다만 지자체가 해당 직위를 개방형·공모 직위로 지정하면 외부 응모가 열립니다. 공고는 제가 확인해본 범위에서는 나라일터(gojobs.go.kr)와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 ‘고시·공고’ 게시판에 함께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응모 기간은 짧으면 열흘 안팎이라, 뜬 걸 보고 준비하면 대개 늦습니다. 그리고 당락을 가르는 건 스펙 자체보다 직무수행계획서 쪽이라는 게 제 인상입니다. 배점 비중이 무겁게 걸려 있는 항목이거든요.
왜 요즘 ‘공모’라는 단어가 자꾸 보일까요
예전에는 부단체장 자리에 도청 국장급이 내려오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습니다. 지금도 상당수가 그렇고요.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흐름이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지역 산업이 특화될수록 “이 자리에 필요한 건 행정 경력이 아니라 그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는 요구가 커졌어요.

그래서 경제부시장, 정무부시장 같은 별도 직위를 두고 외부 전문가를 공모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반대로 부작용 지적도 만만치 않죠. 제가 본 지역 언론 기사 중에는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공모는 검증이 안 된다”는 취지의 비판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 지적에는 상당히 동의하는 편입니다. 공고에 배점표가 없거나 ‘종합 심사’라고만 적힌 건은, 솔직히 저는 잘 안 봅니다.
공고문에서 진짜 봐야 할 다섯 줄
저는 공고문을 열면 스크롤을 아래에서부터 올립니다. 위쪽 인사말은 어차피 서로 비슷하거든요.
제가 확인하는 건 이 다섯 가지입니다. 하나, 직위가 ‘개방형’인지 ‘공모’인지. 둘, 응모 자격의 경력 연수와 인정 범위. 셋, 임용 형태가 임기제인지 아닌지. 넷, 서류·면접 배점 비율. 다섯, 제출서류 목록에 직무수행계획서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 중 두 번째가 제일 함정이 많습니다. “관련 분야 10년 이상”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내 경력이 그 ‘관련 분야’에 들어가는지는 담당 부서에 전화로 물어봐야 알아요. 저는 이걸 안 물어보고 서류를 넣었다가 자격 미달로 반려된 지인을 한 명 봤습니다. 원서비도 시간도 날아갔죠.
개방형과 공모, 뭐가 다른 건가요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대상이 다릅니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개방형 직위 | 공모 직위 | 일반 임명 |
|---|---|---|---|
| 응모 가능 대상 | 공직 내부 + 민간 | 원칙적으로 공직 내부 | 해당 없음 |
| 외부인 지원 | 가능 | 사실상 어려움 | 불가 |
| 선발 방식 | 선발시험위원회 심사 | 인사위원회 심사 | 단체장 임명 |
| 임용 형태 | 임기제인 경우가 많음 | 기존 신분 유지 | 직위에 따름 |
| 공고 위치 | 나라일터·지자체 홈페이지 | 내부 인사포털 중심 | 공고 없음 |

민간에 계신 분이 노려볼 수 있는 건 사실상 첫 번째 칸입니다. 공고 제목에 ‘공모’가 들어갔다고 해서 곧바로 지원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도 처음엔 이걸 몰라서 헛품을 팔았습니다.
전문성 평가라는 게 대체 뭘 보는 걸까
제가 여러 공고를 보면서 느낀 건, 심사표 항목 이름은 지자체마다 달라도 묶어보면 대체로 네 덩어리로 수렴한다는 점입니다. 직무 관련 경력과 성과, 해당 지역·정책에 대한 이해도, 조직 관리와 조정 역량, 그리고 계획서에 담긴 실행 가능성입니다.
여기서 지원자들이 자주 놓치는 게 두 번째입니다. 경력은 화려한데 그 지역을 모르는 지원자는 면접에서 금방 티가 납니다. 인구가 몇 명인지, 주력 산업이 뭔지, 최근 3년 예산 규모가 어떤지 정도는 외워서 갈 게 아니라 이해하고 가야 해요. 지자체 홈페이지에 통계연보와 예산서가 공개돼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걸 안 보고 가는 건 좀 아깝죠.

직무수행계획서, 저는 이 순서로 씁니다
분량은 A4 3~5장 안팎을 요구하는 공고를 여럿 봤습니다. 저는 이걸 쓸 때 결론부터 박습니다.
첫 장에 “제가 임기 동안 끝낼 일 세 가지”를 못 박고, 나머지에서 각각을 풀어씁니다. 예산 얼마가 필요하고, 어느 부서와 협의해야 하고, 언제까지 뭘 한다는 식으로요. 추상적인 비전 문장은 최대한 덜어냅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 여러 명이 비슷한 소리를 하면 결국 ‘구체적으로 쓴 사람’이 남거든요.
혹시 여러분도 자기소개서 쓸 때 앞머리에 힘주다가 뒤가 흐지부지된 경험 있으신가요? 계획서는 정확히 그 반대로 써야 합니다. 뒤로 갈수록 숫자가 나와야 해요.
준비하는 사람이 미리 해둘 것
공고가 뜨고 나서 준비하면 늦습니다. 응모 기간이 짧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관심 지역이 있다면 미리 세 가지를 해두라고 권합니다.

하나, 나라일터에 가입해두고 관심 직위 알림을 걸어두세요. 둘, 경력증명서는 발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기관도 있으니 미리 한 부 받아두는 게 낫습니다. 셋, 직무수행계획서 초안을 미리 써두세요. 어차피 지역이 바뀌어도 뼈대는 재활용됩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외부 공모로 들어간 부단체장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얼마나 힘을 발휘하는지요. 이건 자리마다 편차가 커서 일반화하기 어렵더라고요. 이 부분은 실제 경험자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민간 경력만 있는데도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나요?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자리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공고에 적힌 경력 요건은 충족해야 해요. 민간 경력만으로 지원하는 경우엔 그 경력이 요건에 어떻게 환산되는지 담당 부서에 확인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나는 일인데, 제 주변에서는 이걸 건너뛰었다가 반려된 사례를 봤습니다.

Q. 서류에서 떨어지면 이유를 알려주나요?
제가 본 공고 기준으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쪽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자격 미달인지 심사 점수 미달인지 정도만 통보되는 식이에요. 정보공개 청구로 본인 심사 결과를 요청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공개 범위는 기관마다 달라서 미리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Q. 임기제면 임기 끝나고 어떻게 되나요?
원칙적으로 임기가 끝나면 신분도 끝납니다. 연장 여부는 성과 평가와 조직 사정에 달려 있어요. 민간에서 넘어오시는 분이라면 이 부분을 가장 냉정하게 계산해보셔야 합니다. 저는 이 점 때문에 주변에 무턱대고 권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결국 남는 이야기
공모제가 늘어난 건 방향으로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배점을 공개하지 않는 공모는 공모라고 부르기 좀 민망하죠. 지원하시는 입장에서는 그런 공고를 걸러내는 눈부터 기르시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하나만 더요. 공고문은 광고가 아니라 계약서에 가깝습니다. 거기 적힌 문장이 나중에 근거가 돼요. 저는 그래서 공고문을 PDF로 저장해둡니다. 나중에 뭔가 어긋났을 때 손에 쥘 게 그것뿐이거든요.
참고 자료
– 인사혁신처
– 정책브리핑
– 정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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