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지인이 전화를 했습니다. 전남 쪽 군 지역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면서요. “형, 거기 기본소득 준대요. 월 15만 원.” 목소리가 들떠 있었습니다. 넷이면 60만 원이라고, 그거면 관리비는 나온다고요.
저는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물었습니다. 그 15만 원, 어디서 쓸 수 있는지는 알아봤냐고요. 잠깐 정적이 있었습니다.
그 정적이 이 글의 시작입니다. 저는 정부 지원금 관련 글을 오래 써왔는데, 이 사업만큼 “받는 조건”과 “쓰는 조건”의 난이도 차이가 큰 제도를 별로 못 봤습니다. 받는 건 솔직히 쉽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핵심만 먼저 — 3줄로 정리하면
지급액은 1인당 월 15만 원, 현금이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카드형·모바일형) 입니다. 시범사업 대상은 기존 10개 군에 2026년 신규 7개 군(강원 화천, 충북 보은, 전북 진안·무주, 전남 구례·보성, 경북 청송)이 더해진 형태로, 신규 지역은 2026년 8월부터 지급이 시작됩니다. 신청은 주소지 읍·면 행정복지센터 방문, 준비물은 신분증과 신청서면 끝입니다.

핵심 조건은 딱 두 개예요. 주민등록 + 실거주. 나이·소득·재산 안 봅니다. 갓난아기도 1인분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여기입니다. 상품권은 지급일로부터 180일 지나면 소멸하고, 사용처는 원칙적으로 해당 면 안입니다. 15만 원이 15만 원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에요.
조건이 이상하게 느슨합니다 (그래서 함정이 있어요)
정부 지원금 글을 쓰다 보면 “중위소득 몇 %”라는 말을 하루에 열 번은 씁니다. 그런데 이 사업엔 그게 없습니다. 소득 안 봅니다. 재산 안 봅니다. 나이 안 봅니다. 대상 지역에 살면 그냥 줍니다.
이걸 처음 봤을 때 저는 문서를 두 번 읽었습니다. 진짜 없나 싶어서요. 없더라고요. 그 대신 조건이 딱 하나 살벌하게 붙습니다. 실거주요.

이게 왜 살벌하냐면, 서류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실거주 조사를 합니다. 전기 사용량 보고, 이웃한테 묻고, 방문합니다. 주민등록만 옮겨놓고 실제로는 도시에 사는 경우를 걸러내는 절차예요. 제 지인도 이 대목에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주말에만 내려가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15만 원이 통장에 안 들어옵니다
여기가 제일 많이 오해받는 부분입니다. 현금 아닙니다. 지역사랑상품권입니다.
카드형이나 모바일형으로 받는데, 쓸 수 있는 범위가 좁습니다. 앞선 시범지역(연천 청산면) 기준으로 보면 원칙은 해당 면 안에서만 사용이었고, 병의원·약국·학원처럼 면 안에 없는 업종만 예외적으로 군 전체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면 소재지에 뭐가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하나로마트, 정육점, 미용실, 카페 한두 곳, 주유소. 그게 거의 전부인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유효기간. 지급일부터 180일입니다. 6개월 안에 다 못 쓰면 사라집니다. 저는 이 조항을 보고 지인한테 다시 전화했습니다. “너 4인 가족이면 매달 60만 원어치를 면 안에서 써야 해.” 대형마트도 온라인도 안 되는 60만 원을요. 혹시 여러분도 지역화폐 유효기간 놓쳐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3만 원짜리였는데도 꽤 오래 속이 쓰렸어요.
| 항목 | 내용 | 실제로 뭐가 걸리나 |
|---|---|---|
| 지급액 | 1인당 월 15만 원 | 가구 합산 아님, 인원수 곱하기 |
| 지급 형태 | 지역사랑상품권(카드·모바일) | 현금·계좌이체 불가 |
| 유효기간 | 지급일로부터 180일 | 안 쓰면 소멸 |
| 사용 범위 | 원칙적으로 해당 면 내 | 의료·학원 등만 군 내 예외 |
| 자격 | 주민등록 + 실거주 | 소득·재산·나이 안 봄 |
| 신청처 | 읍·면 행정복지센터 방문 | 온라인 일괄 신청 아님 |
| 신청 준비물 | 신청서, 신분증 | 가구원 대리신청 가능 여부는 지자체 확인 |

표로 정리하고 나니 더 선명해지죠. 받는 조건은 왼쪽 두 줄, 나머지는 전부 쓰는 조건입니다.
전입해서 받으려면 30일이냐 90일이냐
여기가 지역마다 다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지인한테 잘못된 날짜를 알려줄 뻔했어요.
공통적으로는 신청일 직전 30일 이상 주민등록 유지 + 실거주가 기준선으로 안내됩니다. 진안군 사례로 보면 기존 거주자는 접수 개시일부터 바로, 특정 시점 이후 새로 전입한 사람은 전입 30일 이후부터 신청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앞선 시범지역이었던 연천 청산면에서는 신규 전입자에게 90일 실거주 확인 후 소급 지급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3개월을 채워야 인정해주고, 대신 그 기간분을 나중에 몰아준다는 뜻이에요. 30일과 90일, 두 달 차이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인한테 준 조언은 딱 하나였습니다. 블로그 글 열 개 읽지 말고 그 군청 홈페이지 공고문 PDF 하나를 열어라. 거기 ‘전입자’ 항목에 며칠이라고 쓰여 있는지만 보라고요. 사실 저도 전 지역 기준을 다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지자체마다 시행 공고가 따로 나오는 구조라서요.
신청 자체는 30분이면 끝납니다
절차가 복잡할 거라고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아닙니다. 정부24에서 뭘 발급받고, 홈택스에서 소득증명 떼고 하는 그런 사업이 아니에요.
주소지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갑니다. 신분증 냅니다. 신청서 씁니다. 끝입니다. 가족이 여럿이면 세대원 명단을 한 번에 쓰는 경우가 많은데, 대리 신청이 되는지는 지역마다 다르니 전화 한 통 먼저 하는 걸 권합니다.

제가 권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군청 홈페이지에서 시행 공고문 찾기 → ②전입자 요건 일수 확인 → ③읍·면사무소 전화해서 필요 서류·대리신청 여부 확인 → ④방문. 3번을 건너뛰면 두 번 갈 수도 있습니다. 시골 면사무소는 왕복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요.
인구가 늘었다는 뉴스, 저는 3년차 숫자를 봅니다
여기부터가 제가 이 글을 쓴 진짜 이유입니다.
기사 제목들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기본소득 줬더니 인구 늘었다.” 맞습니다. 연천 청산면은 2021년 12월 말 3,895명에서 2023년 3월 말 4,241명으로 늘었습니다. 1년 반 만에 346명, 8.9% 증가입니다. 같은 기간 연천군 전체 인구는 880여 명 줄었습니다. 군은 빠지는데 면만 늘었어요. 이건 부정할 수 없는 효과입니다.

그런데 3년차 숫자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도입 첫해 8.3%로 반짝 늘었던 청산면은, 3년차인 2024년 12월 기준 인구 감소율 3.5% 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기 연천군 전체 감소율 2.8%보다 더 빠르게 줄어든 겁니다. 지원금 받는 동네가 안 받는 동네보다 인구가 더 빨리 빠진 거예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실거주 요건입니다. 초기에 주소만 옮겨온 사람들이 실거주를 못 채우고 빠져나갔다는 분석이죠. 저는 이 대목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돈은 사람을 들어오게 하지만, 살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병원, 학교, 일자리가 없으면 15만 원으로는 못 붙잡습니다.
그래서 전입, 하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15만 원 때문에” 전입하는 건 말립니다.
계산을 해볼게요. 4인 가족이면 15만 원 × 4명 = 월 60만 원, 시범사업 2년을 다 채운다고 가정하면 60만 원 × 24개월 = 1,440만 원입니다(중간에 전출·지급 중단이 없다는 가정에서 나온 단순 곱셈이고, 실제 지급 개월 수는 신청 시점에 따라 줄어듭니다). 큰돈 맞습니다. 그런데 이건 현금이 아니라 면 단위 상품권이고, 180일 안에 다 써야 하고, 도시에서 쓰던 온라인 쇼핑·대형마트는 여기서 제외됩니다. 그 대신 이사비, 차량 유지비(시골은 차 없으면 못 삽니다), 왕복 이동시간이 새로 붙습니다.
반대로 이미 그 지역에 살고 있거나, 원래 귀촌을 진지하게 계획하고 있던 분이라면 이건 그냥 순이익입니다. 조건도 없고 소득도 안 봅니다. 안 받으면 손해예요. 제 결론은 이겁니다. 기본소득은 귀촌의 이유가 아니라 보너스로 볼 때만 계산이 맞습니다. 지인은 결국 내려갔습니다. 원래 가려던 곳이었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갓난아기나 학생도 15만 원을 받나요?
네. 나이 제한이 없어서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실거주하면 1인분입니다. 그래서 자녀가 많은 가구일수록 체감이 큽니다. 다만 그만큼 면 안에서 써야 할 금액도 커진다는 점은 같이 계산하세요.
Q. 다른 지원금이랑 같이 받을 수 있나요?
경기 연천의 경우 농어민 기회소득과 농어촌기본소득 중복 지급이 가능하다고 안내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중복 여부는 사업마다,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이건 제가 전 지역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반드시 해당 군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맞습니다.
Q. 주소만 옮겨놓고 주말에 내려가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못 받는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거주 조사에서 걸리면 환수 대상이 되고, 위장전입은 그 자체로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청산면 3년차 인구 감소의 배경으로 실거주 요건 미충족이 지목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Q. 상품권 유효기간을 놓치면 되살릴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소멸입니다. 저라면 매달 지급일을 캘린더에 반복 알림으로 걸어두고, 큰 지출(주유·정육·마트)을 그 카드로 먼저 몰겠습니다. 남겨두면 안 됩니다.
참고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 시범사업 선정 지역·추진 방향 보도자료 원문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설명·현장 사례
– 정부24 — 전입신고 및 주민등록 관련 민원
– 연천군청 — 앞선 시범지역의 실제 운영 기준(사용처·유효기간·전입자 요건) 확인용
숫자는 각 군청 공고문이 최종입니다. 블로그(제 글 포함)는 지도일 뿐이고, 목적지 간판은 공고문에 붙어 있어요.
관련 글
보험 리모델링 상담, 저는 상담사 말보다 ‘제 서명이 들어갈 서류’를 먼저 봤습니다
당일치기 기차여행, 저는 ‘어디 갈까’보다 ‘역에서 몇 걸음인가’를 먼저 봅니다
와이파이 느려서 공유기 껐다 켜기 전에, 저는 ‘몇 대가 붙어 있나’부터 셉니다 (재부팅은 3순위였어요)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 지원금, 작년에 저만 380만원 챙겼습니다
40대 수면, 저는 “잠들기”보다 “체온 내리기”에 시간을 썼습니다 (밤 9시부터 하는 5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