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저희 집 인터넷이 갑자기 답답해졌습니다. 넷플릭스가 화질을 뚝 떨어뜨리고, 화상회의 중에 제 얼굴이 모자이크가 되더군요. 그때 제가 제일 먼저 한 게 뭐였냐면, 공유기 코드를 뽑았다 꽂는 거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시잖아요.
근데 그게 제 시간을 제일 많이 잡아먹은 행동이었습니다.
재부팅하면 한 30분은 좀 나아집니다. 그러다 또 느려져요. 저는 이걸 두 달 넘게 반복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공유기 뽑았다 꽂으면서 “우리 집 인터넷 회선이 문제인가” 하고 통신사에 전화까지 걸었어요. 기사님이 오셔서 회선 속도를 재보시더니 “선은 500메가 그대로 잘 나옵니다”라고 하시고 그냥 가셨습니다. 출장비 안 받으셨으니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그대로였고요.
공유기 관리자 화면을 처음 열어본 날

기사님 다녀가고 나서, 저는 그제야 공유기 관리자 페이지라는 걸 처음 들어갔습니다. 브라우저 주소창에 192.168.0.1 치면 나오는 그 화면이요. 아이피타임 쓰시면 대부분 이 주소고, 통신사 공유기는 192.168.1.1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공유기 뒷면 스티커에 적혀 있습니다. 비밀번호도 거기 있고요. 저는 한 번도 안 바꿔서 초기값 그대로였습니다(이건 나중에 바꿨습니다).
거기서 ‘무선 연결 상태’ 같은 메뉴를 눌렀더니 목록이 쭉 떴습니다. 저는 그 숫자를 보고 좀 당황했어요.
19대.
저희 집은 네 식구입니다. 폰 4대, 노트북 2대, TV 1대. 계산해도 열 대가 안 나와야 정상인데요. 목록을 하나씩 뜯어보니까 이런 것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스마트 플러그 3개, 세탁기, 안 쓴 지 2년 된 태블릿, 아이가 예전에 쓰던 키즈폰, 그리고 정체를 모르겠는 기기 두 개. 마지막 두 개가 뭔지는 사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그냥 영어랑 숫자 조합으로만 떠 있어서요.

기기가 많다고 무조건 느려지는 건 아닙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 문제는 이 기기들이 데이터를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공유기한테 얼마나 자주 말을 거느냐였어요. 와이파이는 여러 기기가 동시에 떠드는 게 아니라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씁니다.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요. 그래서 데이터를 거의 안 쓰는 기기라도 “저 살아있어요” 하고 계속 신호를 보내면 그 순서를 한 칸씩 차지합니다. 특히 오래된 기기일수록 느린 방식으로 말을 걸어서, 한 번 말할 때 남들보다 시간을 더 오래 씁니다.
저는 안 쓰는 기기 6개를 목록에서 차단했습니다. 태블릿, 키즈폰, 스마트 플러그 2개, 정체불명 2개. 이거 하나로 극적으로 빨라지진 않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체감상 “어? 좀 나은가?” 정도였습니다. 근데 재부팅했을 때처럼 30분 뒤에 원위치되지는 않더라고요.

진짜 범인은 옆집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본 게 채널입니다. 이게 제 경우엔 결정적이었어요.
와이파이도 라디오처럼 주파수 채널이 있습니다. 옆집이랑 같은 채널을 쓰면 서로 신호가 겹쳐서 둘 다 느려져요. 저희는 아파트라 위아래 옆집까지 하면 공유기가 열몇 대는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유기가 ‘자동’ 설정으로 되어 있고, 이 자동이라는 게 생각보다 게을러요. 한 번 정하면 잘 안 바꿉니다.
폰에 와이파이 분석 앱을 하나 깔아서 봤습니다(안드로이드는 이런 앱이 많고, 아이폰은 정책상 이런 앱이 잘 없어서 저는 옛날 안드로이드 폰으로 봤습니다). 화면을 보니까 그래프 산 봉우리가 6번 채널 위에 다섯 개나 겹쳐 있었습니다. 저희 집 포함해서요. 반대로 1번이랑 11번은 거의 비어 있었고요.

2.4GHz는 채널이 1~13번까지 있는데, 실제로 서로 안 겹치는 건 1번, 6번, 11번 세 개뿐입니다. 나머지는 옆 채널이랑 절반씩 물려 있어요. 그래서 3번이나 8번으로 도망가봐야 소용없습니다. 저는 채널을 1번으로 고정했습니다.
이건 체감이 확실했습니다. 화상회의에서 제 얼굴이 뭉개지는 게 그날 이후로 없어졌어요.
한 가지 덧붙이면, 채널은 한 번 정하고 끝이 아닙니다. 옆집도 언젠가 공유기를 바꾸거든요. 저는 반년쯤 지나서 다시 봤더니 1번에 두 대가 새로 들어와 있어서 11번으로 옮겼습니다. 계절마다 확인하라는 건 아니고, “또 느려졌네” 싶을 때 채널부터 보시면 됩니다.
5GHz를 안 쓰고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혹시 여러분 폰 와이파이 목록에 이름 뒤에 ‘_5G’가 붙은 게 하나 더 보이시나요?

저는 그게 뭔지 모르고 몇 년을 살았습니다. 그냥 뭔가 두 개 뜨네, 하고 앞에 있는 걸 눌렀어요. 5GHz는 2.4GHz보다 훨씬 빠릅니다. 대신 벽을 잘 못 뚫어서 거리가 짧아요. 그래서 공유기랑 같은 방이나 바로 옆방이면 5GHz가 훨씬 낫고, 화장실이나 베란다처럼 멀면 2.4GHz가 낫습니다.
저는 노트북이랑 TV, 그리고 거실에서 주로 쓰는 폰을 5GHz로 옮겼습니다. 로봇청소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건 어차피 5GHz를 못 잡는 기기가 많아서 2.4GHz에 그냥 뒀고요. 이렇게 나눠놓으니까 2.4GHz 쪽 혼잡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게 있는데, 요즘 공유기 중에는 2.4GHz랑 5GHz를 하나의 이름으로 합쳐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알아서 골라준다는 건데, 이게 잘 안 맞는 경우가 꽤 있어요. 폰이 5GHz 잡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데도 2.4GHz를 붙들고 안 놓는 겁니다. 저는 이 기능을 끄고 이름을 두 개로 분리했습니다. 조금 번거로워도 내가 직접 고르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 순서를 정한다면
두 달 헤매고 나서 제가 정리한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속도를 재봅니다. 그냥 “느리다”는 느낌 말고 숫자로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하는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가 있고, 통신사 앱에도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두 번 재는 겁니다. 공유기 바로 옆에서 한 번, 평소 답답한 자리에서 한 번. 두 숫자가 비슷하면 회선이나 공유기 문제고, 옆에서는 잘 나오는데 방에서 뚝 떨어지면 신호가 안 닿는 문제입니다. 원인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다음이 붙어 있는 기기 수 확인이고, 그다음이 채널 확인입니다. 저는 이 두 개로 해결됐습니다.
재부팅은 그다음이에요. 물론 재부팅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공유기도 컴퓨터라서 오래 켜두면 메모리가 지저분해지거든요. 다만 재부팅했는데 며칠 안에 또 느려진다면, 그건 재부팅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저처럼 두 달 낭비하지 마시라고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공유기 나이도 봐야 합니다. 저희 집 건 6년 됐더라고요. 요즘 기기는 다 최신 규격인데 공유기 혼자 옛날 방식이면 병목이 거기서 생깁니다. 저는 아직 안 바꿨어요. 채널 정리로 지금은 충분해서요. 근데 언젠가는 바꿔야겠죠. 이건 저도 좀 미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관리자 페이지 들어가신 김에, 비밀번호가 초기값이면 꼭 바꾸세요. 저처럼 몇 년째 그대로 두신 분 은근히 많을 겁니다.
참고 자료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 공유기 보안 설정과 관리자 비밀번호 관련 안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인터넷 품질 측정 및 통신 서비스 관련 정책
– 정부24 — 통신 관련 민원 및 분쟁 조정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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