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를 두드리다 말고 웃었습니다. 제가 틀렸더라고요.
새벽배송이 비싸다는 건 저한테는 상식이었습니다. 배송비 붙지, 단가 세지, 묶음할인 없지. 그래서 아내가 “그냥 시켜 먹자”고 할 때마다 저는 마트 전단지를 꺼냈어요. 그런데 작년 가을에 한 번 제대로 세어보자 싶어서, 4주 동안 홀수 주는 마트, 짝수 주는 새벽배송만 쓰기로 정했습니다. 4인 가족(저·아내·중학생·초등학생), 주 1회 장보기 기준으로요.
결과를 먼저 말씀드리면 총액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진짜 차이는 다른 데서 나왔어요. 저희 집에서 돈이 새던 구멍은 ‘단가’가 아니라 ‘버린 것’과 ‘안 사도 될 걸 산 것’이었습니다.
핵심만 먼저: 4주 실험 요약
– 4주 총 식비: 마트 2주 합계 약 39만 원, 새벽배송 2주 합계 약 41만 원 (배송비 포함, 저희 집 기준)

– 단가만 보면 마트가 쌉니다. 특히 채소·정육·묶음 특가에서요.
– 그런데 버린 식재료(폐기)는 마트 주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3주차에 물러서 버린 애호박·쪽파·상추만 대충 8천 원어치.
– 새벽배송은 ‘충동구매’가 적었습니다. 시식코너도 없고, 매대 끝 특가도 안 보이니까요.
– 대신 새벽배송은 최소주문금액(보통 1만5천~2만 원대)을 맞추려고 안 살 걸 담게 됩니다. 이게 새는 구멍이에요.
그러니까 결론은 “어느 쪽이 싸다”가 아니라 “우리 집이 어느 쪽에서 덜 새는가”입니다. 아래에 제가 적은 숫자를 다 풀어놓을게요.
4주를 어떻게 나눠서 셌나
방법은 단순합니다. 1·3주차는 차 끌고 대형마트, 2·4주차는 새벽배송 앱만. 규칙은 세 개였어요. 첫째, 중간에 편의점·동네슈퍼 추가 구매는 따로 기록한다. 둘째, 영수증은 전부 사진으로 남긴다. 셋째, 일주일 지나서 버린 건 냉장고 정리하며 품목과 대략 금액을 적는다.

셋째가 제일 귀찮았고, 제일 중요했습니다. 사실 이거 안 적었으면 저는 지금도 “마트가 싸다”고 믿고 있었을 거예요. 폐기를 기록하는 순간 장보기가 ‘얼마 썼나’ 게임에서 ‘얼마를 실제로 먹었나’ 게임으로 바뀝니다. 혹시 여러분도 버린 채소는 가계부에 안 적고 계시지 않나요? 저는 몇 년을 그랬습니다.
숫자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항목 | 마트 주간(1·3주) | 새벽배송 주간(2·4주) |
|---|---|---|
| 계획 품목 구매액 | 약 30만 원 | 약 33만 원 |
| 계획에 없던 구매 | 약 9만 원 | 약 3만 원 |
| 배송비·주차비 등 | 주차 무료, 기름값 대략 8천 원 | 배송비 0원(무료배송 조건 충족) |
| 버린 식재료(추정) | 약 1만6천 원 | 약 5천 원 |
| 중간 추가 장보기 | 3회 | 1회 |
| 실제로 먹은 값 = 총액 − 폐기 | 약 37만4천 원 | 약 40만5천 원 |

표를 보면 여전히 마트가 쌉니다. 3만 원쯤요. 다만 저희 집은 마트에 가면 왕복 1시간 반이 듭니다. 그 시간에 아이 학원 픽업이 겹치면 결국 배달을 시켰어요. 그 배달비까지 넣으면 격차는 거의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실험을 “마트가 이겼다”로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마트에서 제 지갑이 열리는 순간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영수증을 다시 보니 계획에 없던 9만 원이 어디서 나왔는지 뚜렷했어요. 과자류 2만2천 원. 즉석식품·냉동만두 1만8천 원. 아이가 카트에 넣은 음료 1만 원. 그리고 “이거 싸네” 하고 집은 대용량 세제 1만9천 원. 세제는 필요했으니 낭비는 아닌데, 그 주 예산에는 없던 돈입니다.
문제는 이게 제 의지 부족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트 동선은 원래 그렇게 설계돼 있어요. 입구 과일, 끝 매대 특가, 계산대 앞 껌. 아는데도 걸립니다. 저는 3주차에 장바구니 목록을 종이에 적어 갔는데, 그때도 계획 외 지출이 3만 원 넘게 나왔습니다. 종이 목록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새벽배송은 왜 충동구매가 적었을까
앱은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기 전에 총액이 계속 보입니다. 마트 카트는 계산대 앞에서야 총액을 알죠.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저는 2주차에 장바구니 총액이 9만 원을 넘어가자 스스로 삼겹살을 뺐어요. 마트에서라면 절대 안 뺐을 겁니다.
대신 함정이 있습니다. 최소주문금액. 1만8천 원 이상이어야 무료배송인데 1만5천 원이 담겼을 때, 사람은 반드시 3천 원짜리를 찾습니다. 저는 4주차에 안 먹는 요거트 4개를 그렇게 담았어요. 이거 배송비 아낀 게 아니라 3천 원 쓴 거죠. 그날 이후로 저는 ‘최소금액 채우기용’으로는 오래 두고 먹는 것만 담습니다. 김, 참기름, 통조림 같은 것들이요.
두 방식의 성격 비교: 어느 쪽이 우리 집에 맞나

| 비교 항목 | 마트 | 새벽배송 |
|---|---|---|
| 단가 | 대체로 저렴, 묶음 특가 강함 | 다소 비쌈, 소량 구성 많음 |
| 충동구매 위험 | 높음(동선·시식·끝 매대) | 낮음(총액이 계속 보임) |
| 함정 | 대용량 유혹 → 폐기로 연결 | 최소주문금액 채우기 |
| 신선식품 | 직접 골라서 실패 적음 | 못 보고 사서 실패 가능 |
| 드는 시간 | 왕복·대기 포함 1~2시간 | 5~10분 |
| 잘 맞는 집 | 인원 많고 소비 빠른 집 | 맞벌이·소량 소비·냉장고 작은 집 |
저희 집은 아이 둘이라 소비가 빠른 편인데도 폐기가 나왔습니다. 왜냐면 대용량을 샀거든요. 애호박 3개 묶음, 상추 큰 봉지. 4인이라도 다 못 먹습니다. 이게 마트의 진짜 비용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섞어 씁니다
한 달 정도 더 굴려보고 저희 집은 반반으로 정착했습니다. 정육·쌀·생수·세제처럼 오래 가고 무거운 건 마트에서 한 달에 한 번. 채소·과일·우유·두부처럼 빨리 상하는 건 새벽배송으로 주 1~2회 소량.

이렇게 바꾸고 나서 달라진 건 총액보다 냉장고였어요. 야채칸이 비어 있는 날이 생겼습니다. 예전엔 늘 뭔가 시들어 있었는데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이게 돈을 얼마나 아낀 건지는 정확히 못 셉니다. 폐기 추정치라는 게 원래 정확할 수가 없으니까요. 다만 장 보러 가는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하나만 고르라면
폐기 메모입니다. 냉장고 문에 포스트잇 한 장 붙여두고, 뭘 버릴 때마다 품목만 적으세요. 금액도 필요 없습니다. 2주만 적어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저희 집은 ‘쪽파’와 ‘상추’가 압도적이었어요. 쪽파는 한 단 사면 3분의 1도 못 씁니다. 그래서 지금은 냉동 다진 쪽파를 씁니다. 단가는 두 배쯤 비싼데, 버리는 게 0이라 실제로는 더 쌉니다. 단가표만 보면 절대 안 보이는 계산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장보기 전에 냉장고 사진을 한 장 찍고 가세요. 저는 이거 하나로 중복 구매를 꽤 줄였습니다. 두부가 세 모 있던 날 두부를 또 산 적이 있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새벽배송 여러 개 쓰면 더 싸지나요?
저는 두 곳을 쓰다가 하나로 줄였습니다. 앱이 두 개면 최소주문금액도 두 번 채워야 해서요. 쿠폰 좇아 옮겨 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서 쿠폰·적립 조건을 정확히 아는 편이 나았습니다. 다만 특정 품목이 확실히 싼 곳이 있다면 그것만 따로 사는 건 괜찮습니다.
Q. 정기배송·구독 할인은 이득인가요?
품목에 따라 갈립니다. 생수·기저귀처럼 소비량이 일정한 건 이득이 맞았어요. 반대로 채소 정기배송은 저희 집엔 안 맞았습니다. 그 주에 안 먹는 게 오니까요. 그리고 구독은 해지 시점을 캘린더에 미리 적어두세요. 안 그러면 계속 빠져나갑니다.
Q.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 이런 비교가 의미 있나요?
오히려 오를 때 더 의미 있다고 봅니다. 단가가 오르면 폐기 한 봉지의 손실도 같이 커지니까요. 참고로 품목별 물가 흐름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 말고 내가 자주 사는 품목만 보는 게 훨씬 유용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 줄
싼 걸 사는 것보다, 산 걸 다 먹는 게 셉니다. 저는 4주를 세어보고 나서야 이걸 숫자로 믿게 됐어요. 다음 달엔 ‘식비 총액’이 아니라 ‘버린 것 0원’을 목표로 잡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집 냉장고는 지금 어떤가요?
참고 자료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소비자물가지수, 품목별 물가 흐름 확인
– 소비자24소비자 피해 상담, 거래 관련 정보
– 공정거래위원회전자상거래·정기결제 관련 소비자 권리 안내
– 정책브리핑생활물가·민생 관련 정부 정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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