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에 아버지 갤럭시를 붙잡고 한 시간을 씨름했습니다. 보안 설정이란 설정은 다 켜드렸죠.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세배 갔다가 다시 열어봤습니다. 여섯 개 중 세 개가 꺼져 있더군요. 하나는 아버지가 “자꾸 뭘 물어봐서” 직접 끄셨고, 하나는 앱 업데이트하면서 초기화됐고, 나머지 하나는 왜 꺼졌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문제는 어떤 기능을 켜느냐가 아니라, 그게 3개월 뒤에도 살아있느냐라는 걸요. 검색해보면 “이거 꼭 켜세요” 하는 글은 많은데, 켠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말해주는 글은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시도부터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부모님이 불편해서 끄고 싶어질 설정은 아예 안 한다.
켜자마자 부모님이 끌 확률이 높은 것부터 걸러냈습니다

제일 먼저 포기한 게 화면잠금 비밀번호였습니다. 아버지는 숫자 여섯 자리를 세 번 틀리셨고, 결국 “이거 왜 이렇게 귀찮게 해놨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문으로 바꿨습니다. 등록은 같은 손가락을 두 번 등록하는 게 요령이더군요. 엄지 하나만 넣으면 인식이 안 될 때 짜증이 나서 잠금 자체를 풀어버리시거든요. 오른손 엄지, 왼손 엄지, 그리고 오른손 검지까지 세 개 넣었더니 그 뒤로 불평이 없어졌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좋은 마음으로 해드렸는데 며칠 뒤에 “네가 해놓은 거 때문에 안 된다”는 전화 받는 거요. 저는 세 번쯤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 켠 건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 차단’입니다. 이게 사실 제일 중요합니다. 요즘 보이스피싱은 전화로 “은행 앱 하나 깔아드릴게요” 하면서 문자로 링크를 보내는 방식이 많은데, 그 링크로 깔리는 게 정상 앱스토어를 안 거친 파일이에요. 안드로이드는 설정에서 ‘앱’ 들어가서 오른쪽 위 점 세 개 → 특별한 접근 → 알 수 없는 앱 설치, 여기서 크롬과 카카오톡, 문자 앱을 전부 ‘허용 안 함’으로 해두면 됩니다. 아이폰은 구조상 애초에 막혀 있어서 따로 할 게 없고요.

근데 이것도 함정이 있습니다. 앱을 새로 깔거나 큰 업데이트가 있으면 이 목록에 새 항목이 추가돼요. 제가 1월에 다시 갔을 때 ‘삼성 인터넷’이 새로 목록에 올라와 있었고, 기본값이 허용이더군요. 그래서 이건 명절마다 한 번씩 다시 봐야 하는 항목으로 분류했습니다.
세 번째는 원격제어 앱입니다. 팀뷰어, 애니데스크, 퀵서포트 같은 것들이요. 사기 전화로 “고객님 폰에 문제가 있어서 봐드릴게요” 하고 깔게 만드는 앱인데, 무서운 건 이게 정상 앱이라 백신에 안 걸린다는 겁니다. 저는 앱 목록을 쭉 훑어서 아예 안 깔려 있는 걸 확인하고, 아버지한테 딱 한 문장만 외우게 했습니다. “화면 보여주는 앱은 아들만 깔 수 있다.” 설정보다 이 한 문장이 더 오래 갔습니다.
은행보다 통신사 쪽이 더 빈틈이었습니다

네 번째, 이건 저도 뒤늦게 안 건데요. 알뜰폰이든 통신 3사든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앱에서 ‘휴대폰 소액결제 차단’하고 ‘번호이동 인증 강화’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폰으로 확인해보니 소액결제 한도가 월 50만 원으로 열려 있더군요. 쓰신 적도 없는데요. 고객센터 전화 한 통으로 0원으로 내렸습니다. 5분 걸렸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계좌는 이체 한도를 낮춰놔도 소액결제는 그 한도랑 상관없이 따로 돌아가거든요. 금융 보안 얘기하는 글들이 대부분 은행 앱만 다루는데, 저는 통신사 쪽이 더 허술하게 열려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명의도용 방지입니다. ‘엠세이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서비스인데, 내 이름으로 새 휴대폰이 개통되면 문자로 알려주고, 아예 가입 자체를 막아둘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은 폰을 몇 년에 한 번 바꾸시니까 ‘가입제한’까지 걸어두는 게 낫습니다. 나중에 진짜 바꿀 때 잠깐 풀면 되고요. 다만 이건 부모님 명의 공동인증서나 본인확인이 필요해서, 옆에 앉혀놓고 같이 해야 합니다. 저는 이거 하다가 어머니 인증서 유효기간이 2년 전에 끝난 걸 발견했습니다.

여섯 번째는 좀 다른 겁니다. 기능이 아니라 습관에 가까워요. 어머니 폰 잠금화면에 제 번호를 띄워놨습니다. 삼성은 설정 → 잠금화면 → 연락처 정보, 아이폰은 미디zone 대신 그냥 배경화면에 텍스트를 넣는 식으로요. 폰을 잃어버렸을 때도 쓸모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상한 전화가 왔을 때 화면에 아들 번호가 보이면 “얘한테 물어보고”라는 생각이 한 번은 든다는 거예요. 근거 있는 얘긴 아니고 제 짐작입니다. 근데 어머니가 실제로 지난달에 “우체국 택배 미배송” 문자를 받고 저한테 먼저 캡처를 보내셨어요. 효과가 있었는지 우연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 켠 것들, 그리고 왜 안 켰는지
백신 앱은 안 깔았습니다. 광고가 붙거나 “위험 항목 3개 발견” 같은 알림을 띄우는 게 많아서, 오히려 부모님이 그 알림에 반응해서 뭘 누르실까 봐요. 국내 통신사 기본 백신 정도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앱 잠금도 뺐습니다. 카톡이나 갤러리에 따로 비밀번호 거는 기능인데, 지문 두 번 실패하면 그냥 앱을 안 여시더라고요. 보안이 되는 게 아니라 폰을 안 쓰게 되는 거죠.
정리하면 제 기준은 이겁니다. 부모님이 매일 마주치는 설정은 최대한 안 건드리고, 평소엔 존재도 모르다가 사고 날 때만 작동하는 설정을 켠다. 소액결제 차단이나 명의도용 방지가 딱 그런 거고요. 반대로 잠금화면이나 앱 잠금처럼 하루에 스무 번 마주치는 건 아주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그리고 달력에 반복 일정을 하나 걸어놨습니다. 설이랑 추석에 “아버지 폰 설정 확인”. 세 개가 저절로 꺼져 있던 걸 겪고 나니, 한 번 해드리고 끝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번 추석에 또 열어볼 텐데, 몇 개나 살아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참고 자료
– 한국인터넷진흥원 보호나라 — 스미싱·악성앱 신고와 백신 안내
– 금융감독원 — 보이스피싱 피해 대응, 지급정지 절차
– 정부24 — 본인확인·명의 관련 민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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