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한참을 잘못 먹고 있었어요.
작년 봄이었나, 건강검진에서 비타민D 수치가 낮다고 나왔거든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어요. 비타민D 사고, 그러다 보니 마그네슘도 같이 먹으면 좋다길래 추가하고, 회사에서 야근하니까 밀크씨슬도 챙기고, 어머니가 오메가3 보내주시고, 친구가 유산균이 그렇게 좋다며 선물해주고… 어느 순간 제 책상 한쪽이 약국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문제였어요. 아침에 우르르 한 줌 털어넣었거든요. 커피랑 같이. 일주일쯤 지나니까 속이 살살 아프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무엇보다 영양제를 먹는데 왜 더 피곤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한 번에 다 털어넣으면 안 되더라고요
영양제 챙겨먹는 분들 중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저처럼 하시는 것 같아요. 아침에 다 먹고 끝. 근데 이게 효율이 진짜 떨어지는 방식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지용성이랑 수용성이 따로 있잖아요. 비타민A, D, E, K 이런 애들은 기름에 녹아요. 그래서 빈속에 물이랑 먹으면 거의 그냥 흘려보내는 거나 마찬가지래요. 저는 비타민D를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이랑 꿀꺽 삼키고 있었으니, 돈 버린 거죠 뭐. 지금은 무조건 아침 식사 끝나고, 계란이나 아보카도 같은 거 먹은 직후에 챙겨먹어요. 흡수율이 다르다는 게 체감이 되더라고요. 한 달쯤 지나니까 아침에 일어나는 느낌이 좀 가벼웠어요. 물론 이건 제 느낌일 수도 있고요.
반대로 비타민C나 B군은 물에 녹는 애들이라 식사랑 상관없이 먹어도 큰 차이는 없는데, 다만 B군은 좀 각성 효과가 있어서 저녁에 먹으면 잠이 안 오더라고요. 한번은 자기 전에 챙겨먹어야지 하고 종합비타민 먹었다가 새벽 3시까지 뒤척였어요. 그 뒤로는 B군이 들어간 건 무조건 오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조합도 있어요
이게 제일 충격이었는데요. 칼슘이랑 철분을 같이 먹으면 서로 흡수를 방해한대요. 저는 빈혈기가 좀 있어서 철분 먹고 있는데, 종합비타민에 칼슘도 들어있고… 그냥 같이 먹었거든요. 약사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야, 그거 따로 먹어야 돼.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나눠요.
아침 식후엔 비타민D랑 오메가3, 종합비타민. 점심 식후엔 마그네슘이랑 밀크씨슬. 자기 전엔 유산균이랑 철분. 유산균은 빈속에 먹으면 위산에 다 죽는다는 얘기도 있고 식후가 낫다는 얘기도 있고, 사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자기 전 위산 분비가 줄어든 상태에서 먹는 게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화장실 가는 패턴이 확실히 좋아졌거든요.
마그네슘은 정말 신기한 게, 저녁에 먹으면 잠이 잘 와요. 근육 이완 효과 때문이라는데, 종아리 쥐 자주 나시는 분들 한번 시도해보세요. 저는 운동하고 나서 종아리에 쥐가 자주 났는데 마그네슘 챙기면서 거의 없어졌어요.

영양제 끊을 용기도 필요해요
이게 좀 역설적인 얘긴데요. 저는 한때 영양제를 8개까지 먹었어요. 좋다는 거 다 챙겼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걸 다 왜 먹고 있지?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모르고 그냥 광고에 휘둘려서 사놓은 것들이 절반이었어요. 콜라겐, 루테인, 코큐텐, 글루타치온… 다 좋다고 하니까. 근데 제 몸이 진짜 필요한 건 비타민D랑 마그네슘, 유산균 정도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4개로 줄였고,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요.
영양제는 보충제잖아요. 말 그대로 부족한 걸 채우는 거지, 식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는 거. 저녁에 야채 한 접시 더 먹는 게 종합비타민 한 알보다 나을 때도 많다는 걸 늦게 깨달았어요. 물론 야채 챙겨먹기 힘든 날도 많죠. 그래서 보조로 먹는 거고요.

혹시 지금 영양제 잔뜩 쟁여놓고 매일 한 움큼씩 드시는 분 계시면, 한 번쯤 정리해보시는 거 추천드려요. 뭘 왜 먹는지, 언제 먹는 게 좋은지, 같이 먹어도 되는 건지. 저처럼 속 뒤집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보다는 미리 알고 계시는 게 백번 낫잖아요.
저는 요즘 식사 시간 알람을 맞춰놨어요. 아침 8시, 점심 12시 반, 자기 전 11시. 그 시간에 정해진 영양제만 챙겨먹어요. 이렇게 루틴 만들어놓으니까 까먹지도 않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요. 건강 챙긴다는 게 결국 이런 작은 습관들의 누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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