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쯤부터였습니다. 저녁만 되면 넷플릭스가 화질을 낮췄어요. 낮에는 멀쩡합니다. 진짜 이상한 건, 거실에선 잘 되는데 안방에서만 그런다는 거였죠.
처음엔 당연히 통신사 탓을 했습니다. 요금은 그대로인데 속도만 줄인 거 아니냐고요. 그래서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상담사가 물어본 첫 질문이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지금 속도 측정하신 위치가 공유기 근처인가요, 아니면 방 안이신가요?” 저는 답을 못 했어요. 그냥 소파에 앉아서 폰으로 눌렀거든요.
그날 이후로 저는 점검 순서를 바꿨습니다. 무엇을 만지느냐보다 어디서 재느냐를 먼저 정하는 쪽으로요. 결과부터 말하면, 저희 집 범인은 통신사가 아니었습니다.
핵심만 먼저 (이 글의 결론)
– 속도 측정은 한 군데서 한 번이 아니라 세 군데서 같은 앱으로 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①공유기에 랜선 직결 ②공유기 바로 옆 와이파이 ③문제 생기는 방

– 세 숫자를 비교하면 범인이 자동으로 좁혀집니다. ①부터 느리면 회선 문제(통신사 콜), ①은 빠른데 ②가 느리면 공유기 문제, ②는 빠른데 ③이 느리면 전파 도달 문제
– 저희 집은 ③번 구간이 문제였습니다. 91Mbps → 12Mbps. 공유기 위치 하나 바꾸고 5GHz 접속으로 옮기니 방에서 54Mbps까지 올라왔어요
– 돈 쓰는 건 맨 마지막입니다. 증폭기·메시 공유기는 세 군데 측정 다 하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 통신사 점검(무상)을 부를 명확한 기준은 “랜선 직결 상태에서 계약 속도의 절반이 안 나올 때”입니다
“공유기 껐다 켜세요”가 저한테 안 먹혔던 이유
재부팅은 저도 했습니다. 세 번쯤 했어요. 그때마다 30분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사실 그것도 기분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똑같아졌거든요.

재부팅이 고치는 건 공유기가 일시적으로 헤매는 상태입니다. 근데 저희 집처럼 특정 방에서만, 특정 시간대에만 느린 경우엔 재부팅이 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증상이 규칙적이면 원인도 구조적이라는 뜻이니까요. 껐다 켜서 될 문제였으면 진작 됐겠죠.
혹시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껐다 켜고 잠깐 좋아진 것 같아서 넘어갔다가, 며칠 뒤에 또 짜증나는 거요. 저는 그걸 두 달 반복했습니다.
첫 번째 지점 — 공유기에 랜선을 직접 꽂아봤습니다
거실 TV 뒤에 굴러다니던 랜선을 꺼냈어요. 한쪽은 공유기 LAN 포트, 한쪽은 노트북. 이 상태로 재는 속도가 집으로 들어오는 회선 자체의 실력입니다. 무선 구간을 빼고 재는 셈이죠.
여기서 287Mbps가 나왔습니다. 저희 집 계약이 500Mbps짜리니까 만족스럽진 않지만, 화질이 뚝뚝 떨어질 숫자는 아니에요. 이 숫자를 본 순간 통신사에 다시 전화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회선은 들어오고 있었던 거예요.

랜선이 없으면 이 단계는 건너뛰어도 됩니다. 다만 2천 원짜리 랜선 하나가 통신사와의 실랑이를 없애준다는 점에서, 저는 사두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지점 — 공유기 바로 옆에 앉아서 폰으로
이번엔 공유기에서 50cm 떨어진 자리에 앉아 같은 앱으로 쟀습니다. 213Mbps. 랜선보다는 낮지만 이 정도 차이는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무선은 원래 유선보다 손해를 봅니다.
여기서 숫자가 확 떨어졌다면 공유기 자체를 의심했을 겁니다. 저희 집 공유기는 몇 년 전 통신사에서 받은 거였는데, 다행히 아직 제 몫은 하고 있었어요. 참고로 공유기를 5년 넘게 쓰셨다면 이 구간에서 유독 손해가 큰 경우가 있습니다.
세 번째 지점 — 문제의 그 방

안방 침대에 앉아서 쟀습니다. 12Mbps. 세 자리에서 두 자리로 떨어진 거예요.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좀 허탈했습니다. 두 달 동안 통신사 욕을 했는데, 범인은 거실과 안방 사이 6미터였던 거죠.
문제는 거리만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 구조상 그 사이에 주방 냉장고와 화장실 벽이 있어요. 물이 흐르는 배관과 큰 금속 덩어리는 전파가 제일 싫어하는 조합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도 원리는 잘 모르겠는데, 위치를 바꿔보니 숫자가 정직하게 반응하긴 하더라고요.
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답이 나옵니다
제가 잰 값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여러분도 똑같이 세 번만 재보시면 어느 칸에서 숫자가 무너지는지 바로 보이실 거예요.
| 측정 지점 | 저희 집 결과 | 여기서 무너지면 | 해야 할 일 |
|---|---|---|---|
| ① 공유기에 랜선 직결 | 287Mbps | 회선·모뎀 문제 | 통신사 점검 요청(무상) |
| ② 공유기 바로 옆 와이파이 | 213Mbps | 공유기 성능·설정 문제 | 펌웨어 업데이트, 공유기 교체 검토 |
| ③ 문제 생기는 방 | 12Mbps | 전파 도달 문제 | 위치 변경 → 5GHz → 그래도 안 되면 중계 장비 |
| ③ 조치 후 재측정 | 54Mbps | — | — |

표로 만들고 나서야 알았는데, ①과 ②는 거의 안 떨어졌고 ②→③에서만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돈을 쓴다면 이 구간에 써야 한다는 게 명확해진 거죠. 만약 ①번 칸부터 낮았다면 저는 공유기를 아무리 바꿔도 못 고쳤을 겁니다.
와이파이 이름 뒤에 붙은 ‘5G’는 휴대폰 5G가 아니었어요
공유기 이름 목록에 KT_GiGA_XXXX랑 KT_GiGA_5G_XXXX 두 개가 떠 있는 거, 다들 보셨을 겁니다. 저는 저게 통신사 5G 요금제랑 관련 있는 줄 알고 몇 년을 그냥 뒀어요. 아닙니다. 그냥 주파수 대역 이름이에요.
거칠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2.4GHz는 느리지만 멀리 가고 벽을 잘 통과합니다. 5GHz는 훨씬 빠르지만 멀리 못 가고 벽에 약해요. 저희 집 폰은 계속 2.4GHz에 붙어 있었고, 그래서 안방에서 12Mbps였던 겁니다. 신호는 잡히는데 속도만 없는 상태였죠.

안방에서 5GHz로 강제로 바꿔봤더니 처음엔 아예 안 잡혔습니다. 거리가 멀어서요. 그래서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공유기를 신발장 위로 올린 다음 날
저희 집 공유기는 TV 장식장 안쪽 선반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선이 지저분해서 넣어둔 거였어요. 나무 문짝 하나가 전파를 얼마나 막는지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걸 꺼내서 복도 쪽 신발장 위, 바닥에서 약 1.4미터 높이에 올렸습니다. 안방과 거실 사이 통로가 정면으로 열리는 자리예요. 다음 날 아침 안방에서 다시 쟀더니 5GHz가 잡혔고, 54Mbps가 나왔습니다. 12에서 54면 네 배가 넘어요. 공짜로요.
보기엔 좀 그렇습니다. 아내가 “저거 왜 저기 있어”라고 두 번 물어봤어요. 그래도 저녁마다 화질 떨어지는 것보단 낫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기까지 했는데도 안 되면, 그때 통신사를 부르세요
세 군데 다 재봤는데 ①번부터 계약 속도의 절반이 안 나온다면 그건 집에서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통신사 기사 방문 점검은 보통 무상이고, 이때 “랜선 직결로 몇 Mbps 나왔다”고 말하면 대화가 훨씬 빨리 끝납니다. 저는 이 말을 못 해서 첫 통화 때 10분을 날렸어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운영하는 공식 인터넷 품질측정 사이트에서 잰 기록은 나중에 근거로 쓰기도 좋습니다. 상업 앱 결과보다 통신사와 이야기할 때 무게가 다릅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계약 속도에 한참 못 미치는데 개선이 안 되면, 방송통신위원회 쪽 통신 분쟁 조정 절차를 알아보실 수 있어요. 거기까지 간 적은 저도 없습니다만.
제가 안 사고 넘어간 것들
증폭기(익스텐더) 1만 원대부터 메시 공유기 20만 원대까지, 저도 장바구니에 담아뒀었습니다. 결국 안 샀어요. 위치 조정으로 54Mbps가 나오니까 굳이 필요가 없더라고요.
다만 이건 집마다 다를 겁니다. 30평 넘는 집이나 복층, 벽이 두꺼운 구축이면 위치를 어떻게 바꿔도 한계가 있어요. 그런 경우엔 메시 쪽이 답일 수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세 군데 측정 끝내고 사면 어디에 놓을지까지 정해진 상태로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예전에 다른 집에서 증폭기를 샀다가, 정작 신호 약한 자리에 꽂아서 아무 효과도 못 본 적이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속도 측정은 어떤 걸로 하나요? 앱마다 숫자가 다르던데요.
숫자가 다른 건 정상입니다. 중요한 건 세 지점을 같은 앱, 비슷한 시간대로 재는 것이에요. 절대값이 아니라 지점 간 차이를 보는 게 목적이라서요. 저는 NIA 공식 측정 사이트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Q. 저녁에만 느린 건 통신사가 속도를 조절하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의심했어요. 다만 확인 방법은 있습니다. 저녁 시간대에 랜선 직결 상태로 재보세요. 그때도 빠르면 회선은 정상이고, 집 안 무선 환경이 붐비는 겁니다(이웃 공유기 신호가 겹치는 시간대예요).
Q. 세 군데 재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저는 랜선 찾는 시간까지 15분쯤 걸렸습니다. 두 달 동안 껐다 켠 시간보다 훨씬 짧아요. 이 순서를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Q. 공유기 비밀번호나 설정 화면은 안 들어가도 되나요?
위치 바꾸고 5GHz로 갈아타는 것까지는 설정 화면 없이 됩니다. 다만 5GHz 이름이 아예 안 보이면 공유기에서 꺼져 있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는 설명서에 적힌 주소로 들어가 켜주셔야 해요. 저는 이 부분은 통신사 상담으로 원격 처리했습니다. 무료였어요.
참고 자료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인터넷 속도측정 — 공식 인터넷 품질측정 서비스
– 방송통신위원회 — 통신 서비스 이용자 보호·분쟁 조정 관련 안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초고속인터넷 품질 및 통신 정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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