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이었나. 회사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118이 찍혔어요. 정상 상한선이 99니까 살짝 넘긴 정도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지금 안 바꾸면 5년 안에 당뇨 와요”라고 너무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한마디가 진짜 무서웠어요.
사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야근 끝나면 편의점 도시락에 콜라, 주말엔 침대랑 한 몸. 30대 후반 들어서면서 살도 5kg쯤 슬그머니 붙었고요. 근데 막상 숫자로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평소엔 “괜찮겠지” 하다가 검진 결과지 받고 갑자기 정신 차리는 거.
그래서 그날부터 진짜 바꿔봤어요. 1년쯤 지난 지금, 공복혈당은 92까지 내려왔습니다. 의사도 아니고 영양사도 아니지만, 제가 직접 해보면서 효과 봤던 것들 풀어볼게요.

흰쌀밥을 한 번에 끊지는 않았어요
다이어트든 뭐든, 갑자기 다 바꾸면 일주일도 못 가잖아요. 저는요. 그래서 처음엔 그냥 잡곡을 30%만 섞었어요. 현미, 귀리, 보리 이런 거. 두 달쯤 지나니까 입에 익더라고요. 지금은 한 50% 정도 섞어 먹어요.
그리고 이건 우연히 알게 된 건데,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이 다르게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채소 먼저, 단백질 다음, 탄수화물 마지막. 회사 점심시간에 김치찌개 먹을 때도 일단 김치랑 두부부터 건져 먹고, 밥은 나중에. 처음엔 좀 웃겼는데 습관 되니까 자연스러워요.
아, 그리고 라면. 솔직히 아예 안 먹지는 못해요. 한 달에 두세 번은 먹어요. 대신 면을 반만 넣고 계란이랑 두부 넣어서 끓여요. 완벽한 절제는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운동은 거창하게 하면 망해요
헬스장 1년 끊었다가 두 달 가고 끝낸 게 몇 번인지 몰라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 작게 시작했어요. 밥 먹고 10분 걷기. 딱 이거 하나.
식후 10~15분 안에 가볍게 걸으면 혈당이 덜 튄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거든요. 점심 먹고 회사 건물 한 바퀴,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진짜 별거 아닌데 이게 의외로 컸어요. 3개월쯤 하니까 자연스럽게 걷는 시간이 20분, 30분으로 늘더라고요.

주말엔 등산까지는 아니고, 동네 산책로 한 시간 정도. 헬스장 안 가요 저는 이제. 그게 저랑 안 맞다는 걸 인정했어요.
잠 못 자면 다음 날 단 게 미치도록 당겨요
이거 진짜예요. 혹시 느껴보셨어요? 새벽 2시까지 유튜브 보다가 잔 다음 날, 오후 3시쯤 되면 초콜릿이나 과자가 미친 듯이 당기는 거. 처음엔 그냥 제 의지가 약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수면 부족이 식욕 호르몬을 흔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1시 반에는 무조건 침대로 가요. 잠이 안 와도 일단 누워요. 폰은 거실에 두고. 이게 사실 제일 어려운 습관이었어요. 식단보다 운동보다 잠 고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저는.
근데 신기한 게, 잘 자고 일어난 날은 군것질이 진짜 줄어요. 자동으로요. 의지력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 외에 자잘하게 바꾼 것들 몇 가지 더 적어볼게요. 음료수는 거의 끊었어요. 콜라, 사이다 이런 거. 대신 탄산수에 레몬즙 짜서 마셔요. 처음엔 밍밍했는데 한 달 지나니까 콜라가 너무 달게 느껴져요 오히려. 입맛이 바뀌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스트레스. 이건 사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스트레스 받으면 혈당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스트레스 폭발하면 폭식하는 건 확실하니까. 요즘은 짜증날 때 그냥 밖에 나가서 10분 걸어요. 별거 아닌데 좀 가라앉아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가족력. 저희 아버지가 당뇨 환자세요. 그래서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가족 중에 당뇨 있으신 분들은 진짜 30대부터 신경 쓰셔야 해요. 늦지 않았을 때 바꾸는 게 훨씬 쉽거든요. 제가 만약 공복혈당 140 넘어서 약 먹기 시작한 다음에 이걸 시도했다면 훨씬 힘들었을 거예요.
물론 제 얘기는 그냥 한 사람 경험담이에요. 누구한테나 똑같이 적용되진 않겠죠. 근데 검진 결과지 받고 막막한 분 있다면, 한 번에 다 바꾸려고 하지 마시고 진짜 작은 것 하나부터 해보세요. 저는 그게 효과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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