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엔 망설였어요. 혼자 제주도라니, 너무 외롭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근데 작년 11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김포-제주 편도 47,800원. 그 가격이 저를 떠밀었어요.
지금부터 쓰는 건 그때 제가 진짜로 챙겼던, 그리고 “아 이건 진작 챙길걸” 하고 후회했던 것들이에요. 인터넷에 떠도는 그럴듯한 체크리스트 말고, 진짜 경험에서 나온 것들만요.
캐리어 안에 뭐가 들어갔냐면요
제가 가져간 건 22인치 기내용 캐리어 하나였어요. 3박 4일치고 작다고요? 네, 작아요. 근데 혼자 다니다 보면 짐이 무거운 게 진짜 재앙이에요. 버스 갈아탈 때마다 캐리어 끌고 계단 오르내리는 거,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옷은 진짜 미니멀하게 갔습니다. 11월 제주는 생각보다 안 추워요. 낮엔 15도 정도. 근데 바람이 미쳤어요. 성산일출봉 올라갈 때 바람 때문에 모자 두 번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가시는 분들은 모자 끈 있는 걸로 챙기세요. 진짜로요.

제가 챙긴 것들 대충 적어볼게요.
– 얇은 패딩 1개 (바람막이 겸용)
– 후드티 2장
– 청바지 1, 편한 바지 1
– 운동화는 신고 갔고, 슬리퍼 따로
– 보조배터리 2개 (이게 진짜 중요)
– 작은 우산 (제주 날씨는 못 믿어요)
– 멀티탭 (숙소 콘센트가 늘 부족함)
보조배터리를 왜 2개 챙겼냐면, 첫날에 1개 들고 다녔다가 오후 4시쯤 폰이 죽기 직전까지 갔거든요. 사진 찍고, 지도 보고, 음악 듣고, 카페에서 인스타 올리고. 혼자 여행은 폰이 친구라서 더 빨리 닳아요. 정말로요.
숙소랑 동선, 이게 제일 중요했어요
저는 게스트하우스 2박, 마지막 1박은 애월 근처 작은 독채를 잡았어요. 첫날 묵었던 제주시 구좌읍 게하는 1박에 28,000원이었는데, 도미토리 4인실이었습니다. 혼행 처음이면 게하 추천드려요. 저녁에 다 같이 맥주 한 캔 하면서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진짜… 뭐랄까, 외로움이 사라지는 시간이거든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사람 많은 게 부담스러운 날도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 날은 혼자 독채 잡고 진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창문 열고 바람 소리 들으면서 책 읽고, 편의점에서 사 온 한라산 소주 한 잔. 그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순간일지도요.
동선은 동쪽 1박, 서쪽 2박으로 잡았어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적 있으세요? 욕심내서 제주 한 바퀴 다 돌려다가 운전만 하다 끝난 여행. 저는 두 번째 가서야 깨달았어요. 제주는 절반만 보는 게 낫다는 걸.
렌터카는 쏘카로 빌렸고, 3일에 13만 원 정도 나왔어요. 보험 풀로 넣어서요. 혼자 운전하다 보면 사고 났을 때 진짜 막막하거든요. 보험은 무조건 풀커버 추천이에요. 5,000원 아끼려다 50만 원 나가는 거 봤어요. 친구 얘기지만.

의외로 챙기길 잘했다 싶은 것들
이건 진짜 팁이에요. 제가 직접 써보고 좋았던 것들.
먼저 종이 지도 한 장. 진짜 옛날 사람 같죠? 근데 한라산 1100고지 근처 가면 통신 잘 안 터져요. 구글맵 끊기면 그때부터 멘붕입니다. 공항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주는 지도 꼭 챙기세요.
그리고 작은 노트랑 펜. 사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혼자 카페 앉아 있으면 뭔가 쓰고 싶어져요. 함덕 해변 앞 카페에서 두 시간 동안 일기 썼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노을이 오렌지빛에서 보라색으로 바뀌는 그 30분 동안.
영양제랑 비상약도요. 저는 평소에 안 먹는데, 여행 가면 꼭 챙겨요. 특히 소화제. 흑돼지 먹고, 갈치조림 먹고, 디저트 카페 가고… 위장이 비명 질러요.

마지막으로 진짜 중요한 거. 혼자 밥 먹는 연습이요. 이게 뭔 말이냐면, 혼밥이 어색한 분들은 첫 끼를 김밥이나 분식으로 시작하세요. 갑자기 고깃집 가서 혼자 앉아 있으면 어색해서 밥맛이 없어요. 저는 첫 점심을 동문시장에서 김밥이랑 어묵으로 시작했는데, 그게 마음을 좀 풀어줬어요.
3박 4일 다녀와서 든 생각은, 혼자 여행은 준비물보다 마음가짐이 8할이라는 거예요. 외로워도 괜찮다, 계획 어긋나도 괜찮다, 사진 못 건져도 괜찮다. 이 세 가지만 마음에 두고 가시면 어떤 짐을 챙겨도 괜찮은 여행이 될 거예요.
혹시 곧 떠나실 분 계시면, 부디 날씨 운이 좋으시길요. 저는 둘째 날에 비 와서 카페만 네 군데 돌았는데, 그것대로 또 좋더라고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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